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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Killed the Electric Car?(2006) 비평

전기자동차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초등학생 때다. 당시 전기자동차는 경제적이지만 힘이 부족해 경사진 곳을 올라가지 못한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난다. 2024년 현재야 전기차는 거리에서 흔히 보이는 차종 중 하나가 되었지만 2010년대 국내에서는 테슬라 모델 S 가 2012년에 출시1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하늘을 나는 자동차’ 와 비슷한 미래기술로 여겨지곤 했다.

크리스 페인 감독의 2006년 다큐멘터리 <누가 전기자동차를 죽였나>는 1990년대에 출시된 전기자동차 EV1의 등장과 비극적인 소멸을 중심으로 환경을 구할 가능성이 있었던 혁신적인 기술이 어떻게 자본주의적 이해관계에 의해 억압되고 제거되었는지를 다룬다. EV1은 GM이 제작한 배기가스 제로 자동차로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지만, 석유회사, 자동차 회사, 연방정부, 소비자 무관심 등 다양한 이유로 리스 차량이 강제로 회수되어 폐기되었다. 이 다큐멘터리는 EV1의 죽음 뒤에 숨겨진 주요 용의자들을 추적하며, 자본주의 조직문화와 이기심이 기술 혁신과 환경 보호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비판적으로 조명한다.

이 작품은 배기가스를 줄이는 친환경적인 전기자동차를 무조건적으로 지향해야 할 선한 기술로 묘사한다. 석유회사, 자동차회사, 그리고 친기업적인 정부의 압박과 로비, 무신경한 소비자들은 이 선한 기술이 도입되는 것을 가로막는 걸림돌, 전기자동차를 ‘죽인’ 죄인이라는 것이다. 유일한 무죄 판결은 100~160km의 주행거리가 일반 출퇴근 용도로 사용하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이유로 축전지 기술이 가져갔다. 통상 600km 내외인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아 보이는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연료가 없는 것 같아 보이면 언제나 인근 주유소로 가서 기름을 보충할 수 있는 차량과 집을 떠날 때 매번 동선을 계획하지 않으면 견인을 걱정해야 하는 전기차 사이에서 선택하는 것은 굉장히 쉬운 일일 것이다. 더군다나 미국의 도로 환경은 사막 한가운데서 차가 멈추면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사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리스 형태로 제공된 전기차들의 유지 책임을 지닌 GM사도 골치 아팠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작품의 논조는 이러한 실제 세계의 문제를 의도적으로 축소시켜 전달하는 인상을 준다. 이는 전기차를 ‘하늘을 나는 자동차’ 로 생각하던 당시 대중에게 호소하는 데는 효과적일 수 있으나, 위에서 언급한 문제를 대부분 해결하며 사람들이 전기차를 내연기관 자동차와 비슷하거나 그 자리를 대체할 것이라고 생각하게 하는 사회 혁신에 성공한 테슬라가 존재하는 2024년에는 다소 시대착오적으로 보인다. 이에 현재의 시각에서 그 성공 과정을 분석함으로써 다큐멘터리의 단순화된 서사를 넘어서 사회적 기술 형성의 관점을 논의하고자 한다.

GM의 EV1은 1990년대 캘리포니아 대기자원국(CARB)의 배출가스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된 전기차로, 1996년에 리스 형태로 출시되었다. 공기역학적 디자인과 경량화된 소재를 사용해 효율성을 극대화했으며, 축전지가 개선된 2세대 모델은 니켈 메탈 하이드라이드 (NiMH) 배터리를 장착해 약 100~160km의 주행거리를 제공했다. 하지만 EV1은 충전 인프라의 부족과 짧은 주행거리라는 기술적 한계, 그리고 소비자 대상의 리스 모델이라는 전략적 문제로 인해 상업적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GM은 EV1의 유지와 지원이 지속적으로 비용을 초래하고, 법적 책임이 뒤따를 위험이 있다고 판단했다. 석유회사와 자동차 업계의 이해관계 속에서 전기자동차의 확산을 저지하려는 로비 압력2도 있었다는 주장이 존재한다. 결정적으로 CARB가 연방정부의 압력을 이겨내지 못하고 ‘배기가스 제로법’을 철폐하게 되자, GM은 2003년 EV1 프로그램을 종료하면서 기존의 리스 차량을 모두 회수한 후 전량 폐기 처리함으로써 프로그램을 사실상 종결했다. 이 과정에서 EV1 사용자는 차량을 유지하려는 캠페인을 벌였지만, GM의 결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테슬라는 전기차를 메인스트림으로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2003년에 설립되었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초기에는 로드스터라는 고급차 라인을 생산했는데, 10만 9000 달러라는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초의 전기 스포츠카라는 브랜딩으로 미국 내에서 1200대가량을 판매하는 데 성공한다. 기성 자동차 회사들이 전기자동차를 친환경, 보급형 모델의 콘셉트로 개발한 것과는 정반대의 접근을 취한 것이다. 이후 상용 라인을 출시했을 때에도, 고급차 모델인 S, X 로 수입을 창출함과 동시에 테슬라라는 브랜드 자체를 고급화하고, 비교적 저렴한 모델인 3, Y 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전략을 취한다. 테슬라는 전기차를 단순히 ‘환경을 위한 선택’ 이 아니라, ‘기술적으로 우수한 선택’로서 포지셔닝 했으며, 대중이 전기차를 갈망의 대상으로 인식하도록 했다.

실험적 수준이었고 그나마도 처참하게 끝난 EV1 과는 다르게 테슬라는 전기자동차 시장에서 혁신과 성공을 이루었다. 이는 단순히 테슬라의 기술이 ‘더 나은’ 기술이라는 이유로 설명될 수 없다. 물론 테슬라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모터, 배터리 기술 전반은 내연기관을 대체할 수 있을 정도의 혁신적인 기술이라고 평가받지만, 과연 상용화를 위해 고급 라인을 먼저 생산한다는 파격적인 접근법이 아니었다면 전기차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뒤집을 수 있었을까? 테슬라에게 기술은 단순한 독립변수가 아니라, 사회 · 경제 · 문화적 요소와 상호작용하며 발전한 결과였다.

테슬라가 기술을 독립변수로 취급하지 않은 예는 내연기관에 비해 우월한 모터를 이용해 고급차로서 포지셔닝 한 것에 그치지 않는다. 앞서 언급했듯이, 아무리 축전지의 용량이 크더라도 전기차는 ‘기름’이 다 떨어진 유사시에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훨씬 취약할 수밖에 없다. 어떻게 충전소를 찾더라도 충전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보통 밤 새 충전시키는 것이 일반적이다. 테슬라는 먼저 ‘슈퍼차저’라는 고속충전 기술을 도입하고, 해당 충전소를 미국 전역에 설치해 테슬라 차량 대상으로 거의 무료에 가까운 가격으로 전기를 공급했다. 사용자들은 장거리 여행을 위해 충전소 위치와 경로를 전용 앱에서 얻을 수 있다. 이는 단순히 기술 하나를 개발하는 것을 넘어, 인프라 구축과 서비스 전략을 결합함으로써 소비자 경험을 근본적으로 개선한 사례라 할 수 있다.

<누가 전기자동차를 죽였나>는 EV1의 몰락을 그리며 전기자동차의 필요성과 그 가능성을 강조하였지만, 정부와 기업과 소비자들을 배기가스를 내지 않는 선한 기술을 외면한 죄인이라 그리며 그들이 바뀌어 선한 선택을 하길 바라기만 하는 것은 결코 사회를 바꾸지 못한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그리고 그 사실은 테슬라의 성공과 그 방식을 들여다볼 때 더 크게 다가오게 된다. 전기자동차는 단순히 혁신적 축전지와 모터 기술을 발표하는 것으로 우리 사회에 정착하지 않았다. 그 이면에는 신기술을 대중이 받아들이도록 설득하고 기반시설을 구축하는 등의 피나는 노력이 있었던 것이다. 테슬라의 성공은 기술과 사회가 상호작용하도록 할 때 비로소 혁신이 이루어진다는 교훈을 제공한다.